경애의 마음 - 김금희 읽고 짧은




(결말을 알게 됩니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소설들이 있다. 내 인생의 책이라고 불러도 좋을 책들.책한권 읽을 시간없이 바둥바둥 살다가, 일주일 정도 휴가를 받았을때, 뒹굴뒹굴 하다가 문득 마음에 새겨졌던  그 시절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고 싶다거나, 문득 이제는 연락이 끊긴 어떤 사람이 떠오를때, 딱히 잘못된 점도 없는데 헛헛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고, 다시 처음부터 뭔가를 해볼수는 없을까 싶을때 . 언제나 나는 그 책들을 집어 들었던거 같다. 그건 부초였거나, 외딴방이었거나, 아니면 윤대녕의 몇몇 단편이었거나, 여수의 사랑이었거나, 겨울의 환이나 박용하 혹은 허수경의 시들이었다.
그 책들을 읽으면 나는 따갑지 않게 비추는 빛속에 떠 있는 느낌이면서, 아주 소중했던, 그러나 이제는 내것이 아닌것 같은 것들과 다시 한번 마주치는 느낌을 받는다. 간절함은 없이, 그러나 떠나보내지도 못하면서. 그걸 퇴행이라 부르건, 정화라고 부르건 간에 나는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경애의 마음은 아마 저 소설들 처럼 될거같다. 한번도 이름도 못들어본 작가였고(꽤 유명한 소설가인거 같다),소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지만, 경애의 마음이라는 제목이 교보문고에서 내 눈에 띄었을때 단정한 표지만큼이나, 뭔가 정갈한 연애 소설일거 같다는 느낌에 구매했다. 처음 한장을 읽다가 정말로 밤 10시에서 새벽 5시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다. 
"반건조 오징어의 고독이 배어나는 냄새"라던가 "인생은 손쓸수가 없는 것이었다" " 소멸은 정확하고 슬픈것"

이 연애 소설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넘쳐나는 것도 놀랍지만, 오로지 연애나 사랑이 인생 최고의 가치인양 떠들어대지 않는 면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실망스러울지라도, 온몸으로 겪여왔을  피곤하고 눅눅한 삶의 주름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최대한의 온기를 담아서.  예전 사건과 현재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운명처럼(! 연애소설에서 운명이란 얼마나 중요했던가) 겹치는 경애와 상식의 에피소드도 굉장히 잘 짜여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피곤한 삶에 마법같은 어떤 순간을 선사하면서 페이지가 닫힌다. 물론, 이 다음 이들의 인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면 충분하다. 살아간다는게 그냥 잠깐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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